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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동안 단 한 개의 히트곡밖에 갖지 못한 가수처럼, "그류."

말수 적어 착한 사위 소리 듣던 아버지가 가장 잘하는 말은 '그류'였다. '그류'는 충청도 말로 '그래유'의 줄임말이다. 장어 째는 회칼처럼 비열한 눈매를 가진 선배가 거금을 부탁했을 때도, 동네에서 신용 없기로 유명한 아저씨가 담보를 요구했을 때도, 아버지는 그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 마침내 입을 열어 대답했다.
"그류."
내가 사립대에 간다고 했을 때도 아버지는 선뜻 승낙했다. 어머니가 반대해놓고도 등록금을 대주는 사람이었다면, 아버지는 찬성만 하고 아무 신경 안 쓰는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나쁘다'기보단 좀 난감한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

큰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그 옆은 나중에 자네 자리로 하고" 어쩌고 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일생 동안 단 한 개의 히트곡밖에 갖지 못한 가수처럼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그류."

김애란, <칼자국>

by 고슴도치 | 2007/11/14 01:37 | 포스트잇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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