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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이후로 모두에게 죄책감을 느껴 왔어요.

언니는 그때 국민학교 6학년 밖에 안되었는데 이미 우리 집에선 대들보 같은 존재였거든요. 언니가 죽지 않고 살아 있어 주었더라면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는 나았을지도 몰라요. 적어도 나는 지금보다는 얼마만큼 구원 받았으리라고 생각해요. 이해할 수 있어요? 나는 그 이후로 모두에게 죄책감을 느껴 왔어요. 어째서 언니 대신 내가 죽어 버리지 않았는가 하고 말예요. 어차피 나 같은 건 살아 봤자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누군가를 기쁘게 해줄 수도 없는데 하고요. 그리고 나의 부모님도, 나의 오빠도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도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지 않았어요. 어디 그뿐인가, 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죽은 언니 이야기를 했어요. 언니가 얼마나 예쁘며, 얼마나 머리가 좋았는지. 모두가 얼마나 언니를 좋아했는지. 얼마나 인정이 많고, 얼마나 피아노를 잘 쳤는지. 그리고, 나에게도 피아노를 배우게 했어요. 언니가 죽은 후에도 우리 집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남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피아노를 치는 것에 흥미조차 느끼지 못했어요. 나는 언니처럼 잘 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는 내가 언니보다 모든 면에서 뒤지는 인간이라는 것을 일일이 증명하고 싶지도 않았죠. 나는 누구의 대역이 될 수도 없고, 그런 건 되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그들은 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내가 말하는 것은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단 말예요.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피아노를 보는 게 싫어요. 피아노를 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도 싫어요.

무라카피 하루키, <태엽 감는 새1>

by 고슴도치 | 2008/06/24 23:31 | 포스트잇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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